2016.03.21 :: 봄방학
봄방학
...이 다 끝났다.
봄방학은 봄학기의 딱 절반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학기를 돌아보기에 좋은 기회다. 이틀 밖에 안되는 가을방학에 비해서 봄방학은 일주일 정도로 길기 때문에 미국애들은 대부분 고향에 간다. 난 여러가지 일이 겹쳐서 그냥 학교에서 계속 일을 했는데, 학교엔 international들밖에 없었다.
이번학기는 나의 박사 과정에 있어서 분수령같은 느낌으로 시작했다. 수업은 지난학기부터 안듣기 시작했지만, 학위논문 주제 설정을 이번학기 초반에 완료하고 연구를 진행해야 내가 생각하는 스케줄대로 졸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직장을 구할 예정인지라 학위논문, 그 중에서도 job market paper라고 불리는 메인 챕터가 매우 중요하다. 난 같은 과의 다른 박사과정생들에 비해서 연구를 좀 일찍 시작한 편이다. 초반에 펀딩때문에 RA를 절박하게 구하다보니 그렇게 됐는데, 그러다보니 jmp 쓰는 것도 시간적으로 남들보다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글에서 썼듯 내가 생각한 주제로 지도교수를 설득하는 게 지지부진하여 계속 시간만 지나면서 결국 학기의 절반이 되는 동안 학위논문 관련해서는 별다른 결과물이 없었다. 그래서 매우 우울한 상태로 봄방학을 맞이했다. 방학 동안은 좀 여유를 갖고 이것저것 생각해보면서 지난 세 달동안의 미팅에서 나온 것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다가 지금까지 별로 반응이 좋지 않았던 주제를 마침내 엎어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새로운 주제를 하나 생각해서 오늘 미팅에 들고 갔는데, 두 명의 co-advisor가 모두 그대로 진행하라는 사인을 줬다. 연구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100단계로 보면 이제야 겨우 첫번째 단계를 패스한 셈이지만, 이번학기 내내 나를 괴롭히던 것이 해결되어 마음은 좋다.
E와의 연구는 계속해서 지지부진하다. 1년 이상 전에 끝났어야 할 페이퍼는 아직도 안나오고 있다. 분석 결과는 진작부터 나와있는데, E가 모종의 이유로 연구를 맺지를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내용을 덧붙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하는 애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많이 나온다. 특히나 새로 더해지는 내용의 대부분이 내가 해야할 일들이라 나도 몸과 마음이 즐겁지 않다. 지금 내 RA가 E와 10시간, C와 10시간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렇게 되면 E와만 20시간 일할 때에 비해 절반 분량의 일을 C, E와 각각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사실상 20시간 분량의 일을 둘 모두와 하게 되는 것 같다. 박사 첫해만 하더라도 E의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는데, 지금은 내 학위논문 주제와 관련된 C랑만 일을 하는게 더 이상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사람 앞일은 정말 모르는 거란 생각이 든다.
학위논문의 첫번째 챕터는 드디어 원고를 완성해서 봄방학 시작 직전에 M에게 보냈다. 1년가까이 해오던 프로젝트를 드디어 마쳤다는 생각에 엄청나게 기뻤으나, 원고를 읽어본 M이 인트로를 갈아엎을 것을 주문해서 아마 2-3주는 더 걸릴 것 같다 하.....
C랑 하는 일은 조금씩 진행이 되어가고 있다. 전에 얘기한대로 여름에 근처에서 열리는 학회에서 발표하기로 결정. 올 여름에 독일에서 열리는 다른 학회가 있는데, 이건 등록비 무료에다가 여비까지 학회측에서 지원을 해 준다. 너무 좋은 기회라서 지원을 하려고 했으나 3주정도 남은 데드라인 전에 full paper가 완성되기는 어려워보여서 올해는 아무래도 힘들지 싶다. 무척 아쉽구나.
느리지만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이번학기의 남은 절반 동안에는 jmp 데이터 및 초벌 분석 돌리고, E랑 계속 일 하고, 첫번째 챕터 마무리 짓고, C랑 하는 일 진행 및 발표 두어번 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