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lden Times

콜로라도 복귀 후 첫 며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일이 잘 되다가 지난주의 후반으로 가면서 또 좀 늘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오늘은 매우 알차게 보냈다. 


몇 차례 이 곳에 언급한 바와 같이 박사과정은 멘탈과의 싸움이다. 소수의 특출난 재능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적어도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시시함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흔히 말하는 "좋은 저널"에 학술 커리어 전체에 걸쳐 단 한편이라도 자신의 논문을 내는 사람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며, 이미 잡마켓에서 성공하여 연구직을 잡은 사람들도 사실은 물밑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  


나는 2년차 후반부터 "평범한" 연구자가 되는 것 조차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처절하게 느껴왔는데, 처음엔 좀 괴로웠으나 이내 평안을 찾았다. 그 뒤로는 시시한 연구자로서 세상에 평범한 기여를 하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해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런데 요즘은 또 좀 다른 생각이 든다. 아직 큰 꿈을 내려놓기엔 너무 이르지 않을까. 내가 Acemoglu같은 연구자가 될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적어도 마음 한 켠에는 이상을 품고 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거다. 


어차피 소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겠지만, 이를테면 학문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연구하는 분야에서 매우 제한된 영역에서나마 '아 이 쪽을 보려면 청순한펭귄알투디투의 XX년 연구를 봐' 하는 게 있었으면 좋겠기도 하고. 또 실증분석을 하는 이점을 살려 세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내 연구 결과가 기여했으면 싶기도 하다. 


교수들과 면담을 해 보면, 1,2년차였을 때와 비교하여 잡마켓 관련 조언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낀다. 내가 생각보다 성장을 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실제로 잡마켓이 점점 더 빡세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남은 1년은 달려보고 싶다. 결국 학계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이 1년간 독립된 연구자로서의 역량의 기반은 다져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