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lden Times

총선을 맞이하여 미국에서 투표를 해 보자. 

미국 내에서도 한국 대사관에만 가면 투표를 할 수 있는데, 내가 사는 주는 물론이고 여기서 차로 12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에는 대사관이 없다. 나는 얼마나 촌구석에 살고 있는 것인가. 대사관은 한인들이 많은 도시에 있는데,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LA, 시카고, 댈러스, 휴스턴 등이 그나마 가까운 곳이라고 하겠다. 어딜 가든 비행기로 두어시간은 가야되니까 거리의 측면에선 각 대안들이 큰 차이가 없다 하겠다. LA는 미국 들어올 때 1주일쯤 머물렀고, 샌프란시스코는 한국 들어갈 때 들를 예정이고, 시카고는 높은 확률로 곧 두 번째 보금자리를 틀 예정이고, 휴스턴은 좀 별로 안가고 싶고... 그래서 시애틀 vs 댈러스로 압축. 볼게 많은 시애틀이냐, 고기가 많은 댈러스냐 고민하다가 댈러스로 결정. 고기때문에라기보다는 사실 가는 김에 댈러스에 살고 있는 친척누나네 집에 가서 오랜만에 Layla도 보고, 못본 사이에 태어난 Ariel도 보고. 



사실 이곳엔 지난 주에 폭설이 내렸다. 하루동안 약 60-70cm정도 내린 듯. 그 후 며칠간 해가 좀 나서 많이 녹았지만, 공항 가는 날 아침에 또 눈이 내림. 





미국 살면서 생활이 쪼들리지만, 가끔씩 분수에 안맞는 고급진 것들을 누릴 때가 있다. 모두 아내의 덕인데, 이번엔 댈러스 가는 길에 공항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무려 라운지에 들렀다. 당연히 공짜.





이런 식으로 생겼다. 한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우리가 간 곳은 좀 후진 축에 속하는 곳이라고 한다. 돈 내고 가라면 아마 안갈듯. 그래도 비행기 환승 시간이 매우 길 경우 좀 편하게 쉴 수 있다는 점에선 좋을 듯. 


음식도 차려져있다. 







물론 풀쪼가리들이라서 먹지는 않았다. 





비행시간은 1.5-2시간 정도로 서울-도쿄 거리 정도 되려나. 댈러스에 도착해서 랜딩하기 10분쯤 전에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물이다. 내가 사는 주의 강/호수/계곡 등 모든 면적을 다 합쳐도 저기 보이는 물의 양보다 적을 것 같다. 


11:50에 출발해서 댈러스에 도착하니 시차때문에 3시쯤 됐다. 비행기 탑승을 11:20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점심을 못 먹고 왔다. 배가 엄청 고프다. 비행기에서 주는 작은 땅콩 한 봉지로는 안되는 모양이다. 최대한 빨리 예약한 렌트카를 집어타고 숙소로 향했다. 


미국에 온 뒤 3년간 낡고 병든 Subaru를 타왔던지라, 운전 감이 거기에 익숙해져서 렌트카에 적응하는데 꽤 오래 걸렸다. 분수에 맞지 않는 사치 2번째로 이번에 무려 독일차를 빌렸다. 하루에 25불정도 하는 엄청 좋은 딜이 있어서 가능했는데, 페달 감도도 엄청 높고, 핸들링도 다르고, 결정적으로 장착된 네비의 시스템이 우리가 쓰던 것과 많이 달라서 호텔까지 가는 길에 엄청 헤맸다. 네비를 보고 가는데도 헤매다니. 우리 부부가 둘 다 길치라서 더 심했을 거다. 참고로 아내는 나보다도 훨씬 길치다. 






호텔에 도착. 우리는 하야트 아니면 힐튼에 주로 묵는데, 왜냐면 내가 무려 다이아몬드 회원이기 때문이다. 쓰다보니 엄청 금수저가 된 기분이다. 암튼 도착하자마자 너무 배가 고파서 일단 호텔 내 바에 갔다. 에피타이저 1개와 음료 2잔이 매일 공짜로 제공된단다. 왜? 다이아니까. 텍사스에 왔으니 버팔로 윙을 주문하고, 아내는 맥주를 나는 탄산을 시켰다. 






이런식으로 나온다. 일단 블루문은 우리 지역에서 나는 맥주인데 왜 텍사스까지 가서 주문을 했을까. 왜냐면 우리가 저 때 너무 배가 고파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버팔로윙은 딱 우리 동네 피자집에서 나오는 조합이다. 윙 + 당근 + 샐러리 + 랜치소스. 맛도 비슷하다. 보기와는 다르게 버팔로소스는 신맛이 강하다. 그래서 좀 별로였다. 다만 생당근에 랜치소스 찍어먹는 건 굿굿. 앉아서 주문하고 음식 나오기까지 30분이 넘게 걸렸다. 윙 맛도 그냥 그랬다. 다이아 회원에게 이래도 되는건진 모르겠지만, 더 중요한 건 이것 때문에 일정이 늦어져서 첫 날 투표를 하려던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투표소가 5시까지 오픈인데 다 먹고 시계를 보니 4시 45분. 호텔에서 투표소까지 차로 20분쯤 걸리므로 쥐쥐. 


투표는 둘째날 아침에 하기로 하고 갤러리아 몰로 향한다. 갤러리아몰은 여느 미국식 몰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구성이지만, 우리동네의 몰에 없는 브랜드들이 많이 있어서 가보고 싶단다. 가야지! 가보니 정말 크긴 크다. 우리 동네 몰은 최대 2층인데 여긴 3층이다. 개별 층의 면적도 훨씬 큰 것 같다. 





몰의 중앙에는 이렇게 아이스링크가 있다. 윈터스포츠로 유명한 우리 동네엔 저런게 없는데, 텍사스에 있다니. 열명 정도의 피겨꿈나무들이 연습중이었다. 두유노 유나킴 을 물어보고 싶었으나 애써 자제했다. 






이건 그냥 반가워서 찍어봤다. 우리 동네 초콜렛가게인데 멀리서 보니까 이유 없이 반갑더라. 


암튼 몰이 엄청 크고 브랜드도 다양하긴 했는데, 미국답게, 그리고 텍사스답게 공간을 매우 비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생각만큼 볼 게 많진 않았다. 우리가 배가 또 고파져서 그렇게 보인 걸 수도 있다. 결국 1시간 정도 돌아보고 바로 식사 장소로 출발. 






가는 길에 도촬당함 ㅡㅡ. 는 뻥이고 젭라 찍어달라고 부탁함. 아까도 말했지만 이게 요새 차들이 다들 잘 나오는건지, 아니면 아우디가 특히 좋은건진 모르겠는데, 운전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나의 16살 Subaru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내 차와 렌트카를 같은 '차'의 범주에 묶는게 정당한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었다. 가장 큰 차이는 일단 가속.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고속에서 오르막길 가속을 할 때에도 rpm이 3000 이하로 유지된 채 쭉 가속이 된다. 우리 Subaru는 그런걸 시도했다간 엔진이 신경질을 내며 가속을 거부한다. 코너돌 떄의 안정감도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었고, 기타 여러가지 실내에 설치된 기능들도 좋았다. 아우디라곤 하지만 가장 저가형 모델임에도 이정도니까 진짜 좋은 차들은 얼마나 잘 나갈지 상상도 되지 않는구나. 


암튼 저녁 먹을 곳에 도착. Hard Eight이라는 바베큐집이다. 






저녁 7시 약간 넘어서 도착했는데 줄이 무지막지하게 길다. 콜로라도에선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인파에 약간 압도당했다. 사진에선 잘 안보이지만 줄 서있는 사람이 최소 백명은 됐다. 여긴 약간 특이한 방식인데, 저 줄을 따라서 쭉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릴에 바베큐를 아저씨들이 굽고 있다. 그럼 가서 내가 먹을 고기를 선택한다. 선택지는 아래와 같다. 






아내 말로는 가격이 매우 괜찮다고 한다. 파운드가 약 450그램으로 한국 고기집 기준 2인분 가량인데, 파운드당 18000원 정도 하는거니까 그렇게 싼건가 싶겠지만, 예를 들어 Sirloin을 우리 동네 슈퍼에 가서 사도 파운드당 12-13불정도 한다. 미국은 인건비가 매우 비싸기 때문에 저정도 마진이면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길고 긴 대기줄을 뚫고 고기 주문하는 곳으로 가면 아래 사진과 같이 메뉴에 있는 고기들이 준비되어 있다. 







사진에 있는 아저씨의 칼질은 가히 명인의 수준이다 시계를 보니 여기까지 도착하는데에만 30분이 걸렸구나. 그래도 대기하던 사람 수 생각하면 빨리빨리 빠진듯. 암튼 우리는 소세지, sirloin, beef brisket, Pork rib을 나눠서 주문을 했다. 고기의 무게별로 가격표를 받아서 실내로 들어가면 사이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바가 나온다. 





얘네들은 공짜고,




얘네들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사이드를 다 고르고 저 줄의 맨 끝으로 가면 수문장같이 캐셔가 지키고 있다. 거기서 돈을 내고 다이닝 룸에 가서 자리잡고 먹으면 됨. 






다이닝룸은 이렇게 생겼다. 전체 공간은 사진에 나온 공간의 4-5배정도 되는 것 같다. 엄청 넓음.




우리가 고른 최종 메뉴는!





이게 아내꺼. Sirloin과 beef brisket. 아내는 고기 먹는데 빵조가리를 가져오는 우를 범했다. 





요건 내꺼. 사이드는 코울슬로를 골랐다. 


고기는 다들 엄청 맛있었다. 다른거야 원래 맛있는건데, 소세지가 생각보다 엄청 맛있어서 놀랐다. 확실히 숯으로 그릴한게 컸던 것 같다. 보기엔 양이 그렇게까지 많아 보이진 않는데, 저거 다 먹고서 배가 너무 불러서 여행 내내 고생했다. 


Hard Eight을 나오기 전에 찍은 사진 하나:






고기고기한 바베큐집에서 Cancer 관련한 행사의 스폰서를 한 모양이다. 좀 아이러니해서 재밌었다. 


다 먹고 호텔로 돌아가고 첫날의 일정은 끝. 






이건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찍은건데, 댈러스에서 운전하며 인상적이었던 것 3가지: (1) 길이 항상 밀린다; (2) 흡사 서울의 운전자들마냥 공격적이다; (3) 밤거리가 밝다. 저 사진은 3번때문에 찍은거다. 콜로라도에서 운전하며 가장 큰 불만이 밤에 길이 너무 어둡다는 거다. 왕복 6차선 이상의 고속도로가 아니고서는 아예 가로등조차 없다. 큰 고속도로의 가로등도 서울에 비해면 엄청 어둡고, 그나마도 없는 길에선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의존해서 가야 하지만 나의 Subaru는 라이트도 침침해서 밤에 운전하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큰 길에선 일단 앞이 커브인지 직선인지를 알 수 없어서 주의해야 하고, 작은 길에선 언제 보행자가 튀어나올 지 몰라서 긴장을 해야 한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는데 3년 정도 지나며 어느 정도 익숙해지던 차. 댈러스에 가보니 서울만큼이나 밝은 밤거리에 다시금 내가 얼마나 깡촌에서 살고 있었는지를 느꼈다. 그간 촌구석에서 참고 견뎌준 아내에게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참고로 이 사진들도 전부 아내가 찍어준거다. 또 감사. 


이제 첫날 포스팅을 겨우 마쳤는데 너무 힘들다. 나머지는 언제 올릴지 기약이 없구나. Hopefully 조만간 올릴 수 있길 바라본다.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05 :: Las Vegas, NV  (2) 2018.05.19
2016.07 :: 한국 방문 (2)  (2) 2016.08.25
2016.03 :: Dallas, TX (둘째날 & 마지막 날)  (6) 201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