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lden Times

여기서 라스베가스는 크게 멀지 않기도 하고,

또 가는 길에 그랜드캐년을 포함한 여러 국립공원들이 있기 때문에 

주위에 안 가본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나는 졸업을 한 이후에야 기회가 닿아 가보게 됐다. 


- 미국은 진짜 엄청나게 큰 나라다. 5년을 살았어도 결국 내가 알고 있는 '미국'은 진짜 미국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콜로라도는 미국에서 비만율이 가장 낮은 곳이다. 다른 주들과는 차이가 꽤 크게 나는데, 

주위에 보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몸이 어마어마하게들 좋다. 

5년간 자괴감을 느끼며 살았는데 이번에 베가스에 가보니 영 딴판. 


- 미국 온 뒤로 가본 곳들 중에서 베가스가 가장 한국의 밤거리와 유사한 듯. 

날이 어두워져도 길거리 환하고, 사람들 바글바글하고, 실외에서도 술먹고. 

카지노는 도박하던 사람들이 담배피우러 나가느라 흐름 끊기면 돈을 덜 쓸까봐 걱정되어서인지 모두 흡연 가능 구역.

그 탓에 담배냄새가 엄청나다. 석사 동기 Y가 가면 인상쓰고 욕하며 귀국 티켓 알아볼 듯. 

미국 대도시에 가면 길거리에서 담배를 굉장히 아무렇게나 피워대는데, 베가스는 더하다. 

아이를 데리고는 가고 싶지 않은 곳.


- 매제가 카쇼라는 걸 꼭 봐야한단다. 

베가스 오기 전에 다른 한국사람도 자기가 카쇼를 봤다고 했다. 

난 자동차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으니 딱히 보고 싶은 맘이 없었는데, 

아내가 그 카가 car가 아니란다.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동생이 일본어로 불이 카 라고 하길래 그럼 불쇼인가보다 하고 보러 갔더니만

불이 끝끝내 나오지 않았다. 공연의 첫 30분간 언제 불이 나오나 두근두근하느라 내용을 많이 놓쳤다. 아쉽다.


- 잡마켓 시작할 무렵부터 근 1년간 운동을 제대로 못하다가 디펜스 마치고 1달 또 바짝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운동량이 부족하던 차에 이번에 베가스 가서 엄청나게 걸었더니 결국 아내 발목에 탈이 났다. 

이제는 진짜로 놀려면 체력을 평소에 관리해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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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먹은 바베큐가 채 소화되기도 전에 기상해서 호텔 조식 부페로 향한다. 조식 부페의 질은 일정부분 랜덤인데, 보통 호텔이 엄청 좋으면 부페도 괜찮게 나오지만 약간 후진 호텔에서도 드물게 훌륭한 수준의 부페가 제공되기도 한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인테리어나 건물 구조로 미루어 보아 지어진 지 꽤 오래 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래도 기대를 접을 순 없다. 





기대를 접을 걸 그랬다.. 평균에 좀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텍사스 답게 소세지 베이컨 계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과일 찔끔 빵 찔끔 씨리얼 찔끔 있긴 하지만 안먹으니까 패스. 일단 음식의 종류도 다른 곳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있는 음식들도 맛없는 건 딱히 없었지만 그렇다고 맛있는 것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참고로 다이아 회원에겐 조식도 공짜다.


맛은 그저그랬지만 역시 배터지게 먹고 이제 투표장으로 출발. 

출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우리동네와는 다르게 도로가 한산하질 않다. 역시 대도시.. 


네비의 안내상으론 거의 다 와가는데 무슨 외딴 지역이 나온다. 이런 곳에 투표소가 있나 싶었는데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건물 내의 미로같은 길을 헤매다가 겨우 도착한 곳에서 투표 완료. 

원래 재외국민은 비례대표만 뽑을 수 있었는데 이번부터 지역구 투표도 할수 있게 되었단다. 내가 투표권을 얻은 이래로 지역구 선거엔 항상 내가 완전 지지하는 혹은 완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서 투표하기가 편했다. 그러다 출국 이후 부모님이 연고도 없는 시골로 내려가시는 바람에 주민등록지가 그 쪽으로 옮겨져서 이번에 처음으로 서울이 아닌 곳의 지방선거를 하게 되었다. 국내에 지역구가 얼마나 되는진 모르겠지만, 서울만 벗어나도 후보들의 이름값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물론 전략지들은 사정이 다르겠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 중에서도 훌륭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경향성은 있지 싶다. 특히나 시골은 지역 사회에 오래 속해있던 사람들이 해당 지역과 관련된 이슈를 들고 나오는지라 나같은 이방인은 후보들이 가진 큰 방향성을 알기가 어렵다.


미국애들에게 댈러스로 투표하러 간다고 했더니 누굴 찍을거냔다. 말하면 니들이 알겠냐라고 했더니 그래도 말해보란다. 딱히 맘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맘에 안드는 사람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를 뽑을거라고 하니까 내가 말하는 맘에 안드는 사람이 말하자면 한국의 도널드 트럼프냔다. 응 맞아. 말이 좀 통하는구나. 


투표를 마치고, 이번 여행의 두 가지 큰 목적중 하나인 Layla를 보러 출발! 

약 30분정도 달려서 도착했다. Layla네 집에선 사진을 찍은게 별로 없다. 우리가 도착하자 Layla (4세)와 Ariel (1세)이 문앞으로 마중을 나왔다. Ariel은 기저귀만 차고 위풍당당하게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하지만 곧바로 누나 (Layla와 Ariel의 엄마. 내 사촌누나)에게 이끌려 방에 들어가 옷을 입고 나와야 했다. Lalya를 마지막으로 본게 2012년 봄이니까 벌써 4년이 흘렀다. 그 때만해도 말은 커녕 걷지도 못하던 때였는데, 이제 많이 커서 말을 재잘재잘 엄청나게 많이 한다. 물론 영어로. ... 누나가 한글을 가르치려 했으나 쉽지 않았던 모양. 한국말을 하진 못해도 얼추 알아는 듣는다는데, 영어쓰는 사람에게 한국말로 말 하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암튼 우리가 도착하자 Layla가 허리를 숙이며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한다. 어젯밤에 연습을 했단다. 기특한 것. 그리고선 우리에게 건넨 선물:





하나는 나고 하나는 아내라는데 어떤게 나인지 잘 모르겠다. 




이건 분홍색 하트와 함께 자기 이름을 썼다. Layla가 쓰는 Y는 저렇게 한글 모음 ㅏ 같이 생겼다. 재밌는건, 제대로 써진 Y를 보면 그건 틀린거라고 생각하더라. 





이런 것도 줬다. 위에건 아내에게 아래건 나에게. 역시나 여전한 Y. 저 숫자는 뭐냐고 물어봤더니, "It means you can play a lot!" 이란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감사의 마음만은 똑바로 전달했다. 참고로 저 말은 누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누나는 영어 원어민이다. 그러므로 내 영어가 딸려서 못알아들은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Layla는 엄청나게 활달한 아이가 되어있었다. 끊임없이 말하고, 잠시도 쉬지 않고 집안을 뛰어다니고, 자신이 힘이 세다는 것을 연신 강조했다. Roy와 놀 때보다 훨씬 더 몸을 많이 써서 놀아줘야 했다. 4년전의 그 아기가 이렇게 컸다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엄청 독립적인 아이가 되어있었다. 같이 점심식사를 하기 전에 Michael (매형)이 기도를 시작하자, 자기가 하고 싶었는데 왜 아빠가 하냐며 속상해했다. 매형이 그럼 자기 끝나면 Layla 하라니까 기도는 한번에 한명만 하는거라 안된다며 고개를 떨구고 속상해한다. 짱귀욥ㅋㅋ  


식사를 마치고 댈러스 시내로 놀러간다. 


Layla 역시 우리 집안의 피가 흐르는지라 아우디에 큰 관심을 보이며 실내를 조사하시었다.





나는 왠지 내차도 아니지만 으쓱해져서 여러가지 기능을 시연해보이며 매력발산의 시간을 약간 가졌다. Layla는 우리 차를 타고 가고 싶어했으나 카시트가 없는 관계로 엄마 차로 인도되었다. 


20분정도 달려서 도착한 곳은 댈러스 다운타운. 거기서 trolley를 타고 Klyde Warren Park에 갔다. 고속도로 위에 지어진 공원이라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공원 이름과 트롤리 철자가 기억이 안나서 아내의 여행기를 보고 베끼다 보니 문장 자체가 매우 비슷해졌다. 트롤리에서 내릴 때 차의 계단이 높아서 내가 Layla를 안고 내려주려고 하자 Layla는 'I got this' 라며 스스로 하고자 하시었다. 독립적인 모습에 심쿵. 참고로 저런 상황에 쓰는 I got it (I got this)는 내가 (스스로) 할게 뭐 이런 뜻으로 보면 되겠다.






도심 한복판에 이정도 규모의 공원이 조성되어있다는 것을 통해 미국의 땅덩어리가 얼마나 넓은지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나도 크다크다 말만 들었지, 막상 와보기 전엔 얼마나 큰지 감이 오질 않았다. 얼마 전에 찾아보니 미국이 전 세계에서 면적으로 러시아 캐나다 바로 다음이다. 통계에 따라선 중국이 더 크다고 나오긴 하는데 암튼 최소 세계 4위.. 


여튼 여기서도 Layla는 넘치는 에너지를 맘껏 발산하는데 나랑 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해서 기꺼이 응해주었다. 위의 공원 사진 세 장 중에 첫번째 사진에 나오는 잔디밭을 달렸는데 저길 한 15번은 왕복한 것 같다. 애들의 체력은 감히 계측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한 번 실감. Layla는 승부욕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약간 승부가 애매한 경우 자신의 승리를 선언한다. 15번 중 최소 내가 8번은 이겼는데, Layla는 자신이 1번 뺴고 모두 이겼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게 너무 신났는지 이 날 저녁먹으면서 매형이 Layla에게 오늘 뭐가 제일 재밌었냐니까 나랑 한 racing이 제일 재밌었단다. 왜냐면 자기가 1번 빼고 다 이겨서. 하지만 아래의 사진에서 보이듯 그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사진을 다시 보니 Layla가 최선을 다 해 열심히 뛰고 있어서 굳이 내가 8번은 이겼다고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암튼 넘나 힘들었음.





그래도 Layla가 즐거워해서 나도 기뻤다. 


즐거워하는 Layla:





참고로 4년 전 Layla는 다음과 같은 모습이었다. 




정말 많이 컸구나!!!



신나게 뛰고 공원 옆에 있는 Dallas Museum of Art에 갔다. 난 사실 그림을 보면서 뭔가를 느끼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가서 의자에 앉아서 졸았다. 따라서 아내가 거기서 찍은 사진들은 생략한다. 근데 나름 피카소 그림도 있고 몬드리안 그림도 있고 나같은 문외한도 알법한 사람들의 그림들이 있어서 신기하긴 했다. 


각설하고. 

미술관 다음 일정은 In-n-out 버거!!!!!!! 


원래는 캘리포니아에만 있었는데 점포들을 여기저기 늘린 모양이다. 그런데 왜 우리 동네엔 없는걸까. 여기도 텍사스만큼은 아니지만 좋은 고기 싸게 많이 나오는데. 휴. 이럴때 먹어놔야지. 솔직히 인앤아웃이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갔을거다. 





건물 밖에서부터 패티 냄새가 풍겨온다. 댈러스에 인앤아웃 처음 생겼을 땐 사람들이 하도 많이 와서 건물을 빙 둘러서 줄을 섰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갔을 땐 가게 안의 70%쯤 차있었을 뿐이었다. 근성없는 Texan들.. 생긴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초심을 잃는거냐. 뜬금없지만 오늘의 표현: Texan (Texas 사람들). 마치 Korea-Korean의 관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인앤아웃은 일단 맛으로도 유명한데, 저 가격좀 봐라. 미국의 외식이 비싸다는 건 말하기도 입아플 정돈데, 맥도널드 가서 빅맥 세트 먹으려면 7-8불 나온다. 버거만 따로 시켜도 4불 넘음. 그런데 인앤아웃은 기본 햄버거가 2.3불이다. 치즈버거는 패티1 치즈1, 더블더블은 패티2 치즈2. 메뉴가 단촐해보이지만 사실 시크릿 메뉴들이 많이 있다. 이건 구글링 좀 해보면 바로 나오는데, 이를테면 버거를 animal style로 시키면 머스터드 소스 등이 나온다고 하고, 프라이를 애니멀로 시키면...





이렇게 치즈, 양파 등이 버무려진 소스를 감튀 위에 부어버린다. 누가 생각해냈는진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위의 사진은 내가 시킨 세트인데 더블더블 + 애니멀 프라이 + 밀크셰이크. 



요건 아내꺼.치즈버거 + 레귤러 프라이. 


전날 먹은 바베큐가 겨우 소화되어가던 참에 저걸 다 먹고나니 또다시 배가 너무 불러와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지경이었다. 


인앤아웃까지 함께 하고 Layla네와는 작별. 밥먹으면서 매형이 Layla에게 이제 나랑 아내 돌아가야한다고 하니 엄청 서운해했다. 나도 무지하게 서운했다. 조만간 콜로라도로 스키타러 올거라고 했으니까 그 때 꼭 다시 보자. 



버거 먹고 호텔로 돌아와서 배가 좀 심하게 불러서 호텔 헬스장에 가려 했으나 아내가 잠옷을 안들고오는 바람에 헬스용으로 들고온 옷을 아내에게 잠옷으로 줘버린 탓에 그냥 좀 걷기만 햇다. 그리고 취침. 


이제 마지막 하루 남음! 














마지막 날엔 뭐 별로 한 게 없어서 그냥 여기에 추가한다. 


일어나서 조식 먹으러 감. 메뉴가 전날과 완전히 똑같음. 보통 조식부페는 메뉴를 아주 약간씩이라도 바꾸지 않나? 뭐 어차피 전날 인앤아웃의 여파로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으므로 크게 상심하지 않았다. 


짐을 잘 챙겨서 눈물의 렌트카 반납 ㅠㅠ 한 달 뒤의 로드트립에서 또 보자 아우디!


댈러스 공항으로. 비행기가 1시였던가? 그래서 점심시간이 애매하므로 공항에서 사먹기로 한다. 공항에 음식점이 열개정도 있었는데, 이제 우리가 또 언제 텍사스에 와볼지 모르므로 최대한 텍사스스러운 걸 먹기로 결정. 는 또 햄버거! 첫날 아침에 공항가기 전에 햄버거 먹고 갔으므로 3일 연속 햄버거! 행복!






텍사스에서 시작된 햄버거 집이라고 한다. 메뉴 구성도 우리 동네 버거집과는 많이 달랐다. 





그림이 작아서 메뉴가 보이지 않는구나.

나는 배가 거의 고프지 않았어서 눈물을 머금고 세트 1개만 시켜서 버거의 1/4조각만 먹었다. 우리가 시킨건 무슨 A1 스테이크 버건가 그런거였는데, 매우 심플한 빵 + 고기의 구성이다. 







아이폰 6S는 음료의 크기를 가늠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대 봤다. 암튼 텍사스라서인지 음료도 엄청 큰 걸로 준다. 

일단 햄버거엔 패티 두 장에 A1소스 (그 약간 새콤한 스테이크소스)에 베이컨에 양파를 캐러맬라이즈 (이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한 게 들어가있다. 야채? 소가 이미 야채를 먹고 패티가 되었는데 야채가 어째서 또 필요한지?? 감튀는 평균 이상. 

특이한 건 첫날 갔던 바베큐집에서도 그렇고, 둘째날 갔던 인앤아웃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텍사스에서 음료수를 시키면 항상 스티로폴 컵을 준다. 다른 데서 쓰는 그 매끈한 코팅된 종이컵도 딱히 환경에 좋아보이진 않는데, 저 스티로폴컵은 과연 작은 문제(!!)에 연연하지 않는 대륙의 기상이 느껴진다. 



저거 다 먹고 콜로라도로 컴백. 공항 주차장에서 나의 늙고 병든 Subaru와 조우. 돌아온 날 콜로라도 날씨가 더웠는데 차에 에어컨이 고장나 있어서 집까지 가는 데 너무 힘들었다. 로또를 사러 가자. 


댈러스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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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맞이하여 미국에서 투표를 해 보자. 

미국 내에서도 한국 대사관에만 가면 투표를 할 수 있는데, 내가 사는 주는 물론이고 여기서 차로 12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에는 대사관이 없다. 나는 얼마나 촌구석에 살고 있는 것인가. 대사관은 한인들이 많은 도시에 있는데,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LA, 시카고, 댈러스, 휴스턴 등이 그나마 가까운 곳이라고 하겠다. 어딜 가든 비행기로 두어시간은 가야되니까 거리의 측면에선 각 대안들이 큰 차이가 없다 하겠다. LA는 미국 들어올 때 1주일쯤 머물렀고, 샌프란시스코는 한국 들어갈 때 들를 예정이고, 시카고는 높은 확률로 곧 두 번째 보금자리를 틀 예정이고, 휴스턴은 좀 별로 안가고 싶고... 그래서 시애틀 vs 댈러스로 압축. 볼게 많은 시애틀이냐, 고기가 많은 댈러스냐 고민하다가 댈러스로 결정. 고기때문에라기보다는 사실 가는 김에 댈러스에 살고 있는 친척누나네 집에 가서 오랜만에 Layla도 보고, 못본 사이에 태어난 Ariel도 보고. 



사실 이곳엔 지난 주에 폭설이 내렸다. 하루동안 약 60-70cm정도 내린 듯. 그 후 며칠간 해가 좀 나서 많이 녹았지만, 공항 가는 날 아침에 또 눈이 내림. 





미국 살면서 생활이 쪼들리지만, 가끔씩 분수에 안맞는 고급진 것들을 누릴 때가 있다. 모두 아내의 덕인데, 이번엔 댈러스 가는 길에 공항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무려 라운지에 들렀다. 당연히 공짜.





이런 식으로 생겼다. 한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우리가 간 곳은 좀 후진 축에 속하는 곳이라고 한다. 돈 내고 가라면 아마 안갈듯. 그래도 비행기 환승 시간이 매우 길 경우 좀 편하게 쉴 수 있다는 점에선 좋을 듯. 


음식도 차려져있다. 







물론 풀쪼가리들이라서 먹지는 않았다. 





비행시간은 1.5-2시간 정도로 서울-도쿄 거리 정도 되려나. 댈러스에 도착해서 랜딩하기 10분쯤 전에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물이다. 내가 사는 주의 강/호수/계곡 등 모든 면적을 다 합쳐도 저기 보이는 물의 양보다 적을 것 같다. 


11:50에 출발해서 댈러스에 도착하니 시차때문에 3시쯤 됐다. 비행기 탑승을 11:20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점심을 못 먹고 왔다. 배가 엄청 고프다. 비행기에서 주는 작은 땅콩 한 봉지로는 안되는 모양이다. 최대한 빨리 예약한 렌트카를 집어타고 숙소로 향했다. 


미국에 온 뒤 3년간 낡고 병든 Subaru를 타왔던지라, 운전 감이 거기에 익숙해져서 렌트카에 적응하는데 꽤 오래 걸렸다. 분수에 맞지 않는 사치 2번째로 이번에 무려 독일차를 빌렸다. 하루에 25불정도 하는 엄청 좋은 딜이 있어서 가능했는데, 페달 감도도 엄청 높고, 핸들링도 다르고, 결정적으로 장착된 네비의 시스템이 우리가 쓰던 것과 많이 달라서 호텔까지 가는 길에 엄청 헤맸다. 네비를 보고 가는데도 헤매다니. 우리 부부가 둘 다 길치라서 더 심했을 거다. 참고로 아내는 나보다도 훨씬 길치다. 






호텔에 도착. 우리는 하야트 아니면 힐튼에 주로 묵는데, 왜냐면 내가 무려 다이아몬드 회원이기 때문이다. 쓰다보니 엄청 금수저가 된 기분이다. 암튼 도착하자마자 너무 배가 고파서 일단 호텔 내 바에 갔다. 에피타이저 1개와 음료 2잔이 매일 공짜로 제공된단다. 왜? 다이아니까. 텍사스에 왔으니 버팔로 윙을 주문하고, 아내는 맥주를 나는 탄산을 시켰다. 






이런식으로 나온다. 일단 블루문은 우리 지역에서 나는 맥주인데 왜 텍사스까지 가서 주문을 했을까. 왜냐면 우리가 저 때 너무 배가 고파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버팔로윙은 딱 우리 동네 피자집에서 나오는 조합이다. 윙 + 당근 + 샐러리 + 랜치소스. 맛도 비슷하다. 보기와는 다르게 버팔로소스는 신맛이 강하다. 그래서 좀 별로였다. 다만 생당근에 랜치소스 찍어먹는 건 굿굿. 앉아서 주문하고 음식 나오기까지 30분이 넘게 걸렸다. 윙 맛도 그냥 그랬다. 다이아 회원에게 이래도 되는건진 모르겠지만, 더 중요한 건 이것 때문에 일정이 늦어져서 첫 날 투표를 하려던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투표소가 5시까지 오픈인데 다 먹고 시계를 보니 4시 45분. 호텔에서 투표소까지 차로 20분쯤 걸리므로 쥐쥐. 


투표는 둘째날 아침에 하기로 하고 갤러리아 몰로 향한다. 갤러리아몰은 여느 미국식 몰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구성이지만, 우리동네의 몰에 없는 브랜드들이 많이 있어서 가보고 싶단다. 가야지! 가보니 정말 크긴 크다. 우리 동네 몰은 최대 2층인데 여긴 3층이다. 개별 층의 면적도 훨씬 큰 것 같다. 





몰의 중앙에는 이렇게 아이스링크가 있다. 윈터스포츠로 유명한 우리 동네엔 저런게 없는데, 텍사스에 있다니. 열명 정도의 피겨꿈나무들이 연습중이었다. 두유노 유나킴 을 물어보고 싶었으나 애써 자제했다. 






이건 그냥 반가워서 찍어봤다. 우리 동네 초콜렛가게인데 멀리서 보니까 이유 없이 반갑더라. 


암튼 몰이 엄청 크고 브랜드도 다양하긴 했는데, 미국답게, 그리고 텍사스답게 공간을 매우 비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생각만큼 볼 게 많진 않았다. 우리가 배가 또 고파져서 그렇게 보인 걸 수도 있다. 결국 1시간 정도 돌아보고 바로 식사 장소로 출발. 






가는 길에 도촬당함 ㅡㅡ. 는 뻥이고 젭라 찍어달라고 부탁함. 아까도 말했지만 이게 요새 차들이 다들 잘 나오는건지, 아니면 아우디가 특히 좋은건진 모르겠는데, 운전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나의 16살 Subaru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내 차와 렌트카를 같은 '차'의 범주에 묶는게 정당한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었다. 가장 큰 차이는 일단 가속.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고속에서 오르막길 가속을 할 때에도 rpm이 3000 이하로 유지된 채 쭉 가속이 된다. 우리 Subaru는 그런걸 시도했다간 엔진이 신경질을 내며 가속을 거부한다. 코너돌 떄의 안정감도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었고, 기타 여러가지 실내에 설치된 기능들도 좋았다. 아우디라곤 하지만 가장 저가형 모델임에도 이정도니까 진짜 좋은 차들은 얼마나 잘 나갈지 상상도 되지 않는구나. 


암튼 저녁 먹을 곳에 도착. Hard Eight이라는 바베큐집이다. 






저녁 7시 약간 넘어서 도착했는데 줄이 무지막지하게 길다. 콜로라도에선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인파에 약간 압도당했다. 사진에선 잘 안보이지만 줄 서있는 사람이 최소 백명은 됐다. 여긴 약간 특이한 방식인데, 저 줄을 따라서 쭉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릴에 바베큐를 아저씨들이 굽고 있다. 그럼 가서 내가 먹을 고기를 선택한다. 선택지는 아래와 같다. 






아내 말로는 가격이 매우 괜찮다고 한다. 파운드가 약 450그램으로 한국 고기집 기준 2인분 가량인데, 파운드당 18000원 정도 하는거니까 그렇게 싼건가 싶겠지만, 예를 들어 Sirloin을 우리 동네 슈퍼에 가서 사도 파운드당 12-13불정도 한다. 미국은 인건비가 매우 비싸기 때문에 저정도 마진이면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길고 긴 대기줄을 뚫고 고기 주문하는 곳으로 가면 아래 사진과 같이 메뉴에 있는 고기들이 준비되어 있다. 







사진에 있는 아저씨의 칼질은 가히 명인의 수준이다 시계를 보니 여기까지 도착하는데에만 30분이 걸렸구나. 그래도 대기하던 사람 수 생각하면 빨리빨리 빠진듯. 암튼 우리는 소세지, sirloin, beef brisket, Pork rib을 나눠서 주문을 했다. 고기의 무게별로 가격표를 받아서 실내로 들어가면 사이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바가 나온다. 





얘네들은 공짜고,




얘네들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사이드를 다 고르고 저 줄의 맨 끝으로 가면 수문장같이 캐셔가 지키고 있다. 거기서 돈을 내고 다이닝 룸에 가서 자리잡고 먹으면 됨. 






다이닝룸은 이렇게 생겼다. 전체 공간은 사진에 나온 공간의 4-5배정도 되는 것 같다. 엄청 넓음.




우리가 고른 최종 메뉴는!





이게 아내꺼. Sirloin과 beef brisket. 아내는 고기 먹는데 빵조가리를 가져오는 우를 범했다. 





요건 내꺼. 사이드는 코울슬로를 골랐다. 


고기는 다들 엄청 맛있었다. 다른거야 원래 맛있는건데, 소세지가 생각보다 엄청 맛있어서 놀랐다. 확실히 숯으로 그릴한게 컸던 것 같다. 보기엔 양이 그렇게까지 많아 보이진 않는데, 저거 다 먹고서 배가 너무 불러서 여행 내내 고생했다. 


Hard Eight을 나오기 전에 찍은 사진 하나:






고기고기한 바베큐집에서 Cancer 관련한 행사의 스폰서를 한 모양이다. 좀 아이러니해서 재밌었다. 


다 먹고 호텔로 돌아가고 첫날의 일정은 끝. 






이건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찍은건데, 댈러스에서 운전하며 인상적이었던 것 3가지: (1) 길이 항상 밀린다; (2) 흡사 서울의 운전자들마냥 공격적이다; (3) 밤거리가 밝다. 저 사진은 3번때문에 찍은거다. 콜로라도에서 운전하며 가장 큰 불만이 밤에 길이 너무 어둡다는 거다. 왕복 6차선 이상의 고속도로가 아니고서는 아예 가로등조차 없다. 큰 고속도로의 가로등도 서울에 비해면 엄청 어둡고, 그나마도 없는 길에선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의존해서 가야 하지만 나의 Subaru는 라이트도 침침해서 밤에 운전하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큰 길에선 일단 앞이 커브인지 직선인지를 알 수 없어서 주의해야 하고, 작은 길에선 언제 보행자가 튀어나올 지 몰라서 긴장을 해야 한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는데 3년 정도 지나며 어느 정도 익숙해지던 차. 댈러스에 가보니 서울만큼이나 밝은 밤거리에 다시금 내가 얼마나 깡촌에서 살고 있었는지를 느꼈다. 그간 촌구석에서 참고 견뎌준 아내에게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참고로 이 사진들도 전부 아내가 찍어준거다. 또 감사. 


이제 첫날 포스팅을 겨우 마쳤는데 너무 힘들다. 나머지는 언제 올릴지 기약이 없구나. Hopefully 조만간 올릴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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