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lden Times

요즘은 날씨가 많이 덥다. 하지만 나는 이제 룸메 없이 혼자 살기 때문에 굳이 학교까지 땡볕에 걸어서 왔다갔다 하느라 진을 빼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일을 하면 되니까! 학교를 가면 보통 8시반쯤 나가서 4시쯤 돌아오는데, 등교길은 동향, 하교길은 서향이라 항상 태양을 마주보고 걸어야 해서 힘들고, 4시경이 일별 최고기온을 찍는 시간인데다가 하교길이 오르막이라 집에 오면 너무 지친다. 작년까진 여름방학 기간 동안 다운타운에 주차가 무료라 날이 더우면 차를 갖고 가든지, 아님 작년까진 아내가 있었으니까 하교길에 픽업을 부탁했었는데 올핸 아내도 없고 주차도 유료화되었다.






새 랩탑을 산 뒤로 일이 더 잘 된다. 자꾸 만지고 싶어서 핑계김에 일을 하게 된다. 쓴지 2주쯤 됐는데 아직도 랩탑 쓰기 전에는 손을 꼭 씻는다. 나의 소중한 랩탑에 지문을 남겨선 안되니까!!!!


이전 랩탑에는 ssd와 hhd가 각각 달려있었고, 데이터는 모두 hhd에 저장되어있어서 포맷을 10차례 넘게 했어도 데이터는 멀쩡히 살아남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날린 자료들이 있다. 일단 바탕화면에 저장해놨던 메모장 파일 몇개. 그 중에는 그때 그때 생각나는 연구 아이디어들을 적어둔 파일도 있었고, 잘 가지 않는 사이트의 아이디를 정리해 둔 것도 있어서 없어지니 좀 아쉽다. 너무 용량도 작고 없어서 큰일 나는 건 아니라 굳이 백업을 안해두었는데, 막상 잃고 나니 아쉽고 불편하다.

두 번째는 원노트에 저장해두었던 메모들. 원노트는 따로 저장을 하지 않아도 돼서 이것저것 많이 써뒀는데, 그게 다 날아갔다. 그 중에는 4년간 발표 들으러 다니며 내가 들은 영어 표현들 중 괜찮은 것들 정리해 둔 게 있었는데 이걸 날린게 제일 아쉽다. 그 외에도 내가 하는 연구들에 대해 생각나는 것들 메모한 것도 있었는데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00개쯤 되는 크롬 북마크 주소들. 이것저것 유용한 게 많았는데 백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다. 하나하나 굳이 떠올리자면 기억은 거의 다 날 것 같은데, 조만간 날잡고 복원을 해봐야겠다. 


나는 보안에 대해서 평균적인 수준보다 더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인데, 이게 가끔씩은 이상한 쪽으로 발현이 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웹하드 쓰는 걸 굉장히 꺼린다. 나보다 웹하드 회사들이 내 자료를 더 잘 보관해줄거라는 건 알고 있는데, 왠지 꺼림칙해서 안쓰던 것이 이렇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돌아왔다. 원노트도 웹에 백업을 할 수 있었고, 크롬 즐겨찾기도 구글 계정으로 아마 저장이 가능했을텐데.

 

새로 산 랩탑은 저장장치 용량이 작아서 어쩔 수 없이 웹하드를 쓰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내가 대학교 1학년 입학했을 적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은 커녕 컬러액정폰을 가진 사람이 동기 중에 2명밖에 없었다. 폰카는 상상도 못했고, 디카라는 게 1학년 2학기에 처음 내 삶에 등장했다. 지금같은 세상은 말 그대로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아직까지는 내가 젊은 편이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데에 큰 거부감은 없는 편이지만, 앞으로 기술 발전이 더 빨라지면 새로운 기술로 인해 변화될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고리타분해지지 않게, 꼰대가 되지 않게 끊임없이 노력해야할 것 같다. 그러니까 웹하드 진작 쓸걸.. 






어제 한국에 있는 친구랑 얘기하면서 내가 랩탑이 죽어서 지옥 문턱까지 다녀왔다고 했더니 "또" 그랬냐더라. 그 얘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석사 논문 쓸 적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는 걸 완전히 잊고 있었더라.

당시 논문학기였고 논문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된 상황이었다. 연구실에 나보다 후배가 둘 있었는데 그 둘은 다른 건물에 있었어서, 메인 연구실에선 여전히 막내이던 시절. 당시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암튼 10대 중반이었던 교수님 아들이 연구실로 놀러왔다. 짱 심심해하길래 내 컴퓨터로 뭐든 하고 놀라고 자리를 내어주면서, 컴퓨터에 연결되어있던 외장하드를 분리하는 와중에 데스크탑이 옆으로 쓰러지더니 그대로 사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어이가 없는게, 그렇게 쓰러졌다고 하드에 있던 모든 데이터가 다 날아가버렸다. 백업도 안해뒀었는데. 1주일쯤 멘탈이 바스라져서 방황하다가 용산에 하드드라이브를 들고 가서 수십만원을 주고 백업을 의뢰했다. 결국 80%정도의 자료가 복구되어 돌아오긴 했으나 일부 중요한 파일들이 날아갔고, 그나마도 복구된 파일들이 폴더 구분 전혀 없이 모두 다 한군데 섞여서 복구된 터라 그거 정리하는 데도 2주쯤 걸린 듯.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그 것이 또다시 일어날 줄이야.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가. 그 떄의 교훈을 잊고 살아온 벌을 이번에 제대로 받았네. 





지난 주에 마트에 갔는데 돼지갈비살을 파운드당 1.99불에 팔고 있었다. 너무 신나서 3파운드 쟁여둠. 예전에 한인마트에서 돼지갈비 양념을 사서 두근거리는 맘으로 돼지고기를 재워서 먹어봤는데, 갈비살이 아니라 그냥 세일하는 아무 돼지고기나 사서 했더니 기름기가 너무 없어서 맛이 안나더라. 역시 갈비는 갈비살로 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은 경험이었다. 


햄버거, 핫도그, breakfast burrito는 여전히 잘해먹고 있고, 최근에 추가된 레시피로는 닭갈비, 마파두부 등이 있다. 요리라는 게 대충 해 먹으면 얼마든지 대충 할 수 있는데 조금만 신경을 쓰려 하면 불조절부터 시작해서 한도 끝도 없다. 지금 주부 9단의 길은 멀고 험하다. 


요즘은 뜬금없이 일본요리에 꽂혔다. 일본요리라는 큰 개념에 꽂힌 뒤에, 일본요리에 속하는 개별 요리를 시작한게 아니라 그 반대다. 

몇 주 전에 갑자기 야끼소바가 먹고 싶어서 한인마트에서 사다가 한 이후로 조금씩 기본 레시피에서 변형을 주며 계속 해먹고 있고, 이번주 초에는 또 타마고야끼가 너무 먹고싶은데 일반 팬에 하면 힘드니까 전용 팬을 샀다. ㅋㅋㅋㅋ 써놓고 보니 어이가 없네. 암튼 산 기념으로 해먹어봤는데 요리의 난이도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역시 전용팬이 전용팬인 이유가 있는거다. 일반 팬에 한 것보다 맛도 훨씬 좋음.

다음 도전 아이템은 일본식 오므라이스다. 사실 2년쯤 전에도 시도해본 적이 있다. 그 당시 갑자기 꽂혀서 해보고싶었데 계란이 없어서 Roy네서 계란을 빌려오기까지 해서 시도했는데 처참히 망했다. 트라우마가 너무 깊어서 약 2년쯤 반성의 시간을 가졌는데 이제 쿨타임이 돌아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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