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lden Times

나의 뉴 랩탑의 모델명인지 닉네임인지가 요가다.


아내가 이거 볼 때마다 엄청 탐내고 있다. 왜냐면 짱 예쁘니까. 예전 랩탑을 살 때에는 둘 다 적게나마 돈을 벌고 있었고, 곧 유학을 나가 금전적인 여유 없이 장기간 살게 될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성능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어 좀 비싸더라도 최대한 오래 쓸 수 있는 걸로 골랐다. 그 때 신경써서 고른 덕분에 지금까지도 그 떄 산 랩탑 두개 다 스펙이 크게 밀리지 않는다. 통계 프로그램 돌리고 하는 것도 램이 8기가인게 조금 아쉽긴 한데, 그 때로부터 5년 넘게 지난 요즘 나오는 랩탑도 8기가 이상으로 사려면 가격이 올라가니까.

그런데 이번에 랩탑을 살 때에는 예산 제약이 있다 보니 내 예산에 걸리는 모델들의 스펙이 다 거기서 거기였다. 8기가 램에 256기가 ssd가 내가 타협할 수 있는 최저선이었고, 거기에 cpu가 i5 7세대냐 i7 6세대냐의 차이. 그리고 스크린 크기와 제조사의 차이. 그래서 이왕 스펙 다 비슷비슷한거, 이쁜 걸로 고르자 해서 이걸로 결정.


지난 글에서 기술의 발전이 놀랍다고했는데, 신/구 랩탑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새 랩탑의 가격이 예전 것의 1/3 수준인데도 괄목할만한 개선점들이 많이 있다. 맥북을 많이 써 보진 않았지만, 새 랩탑 터치패드 성능이 맥북 터치패드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아보이고, 화면 해상도는 구랩탑이 그 당시 엄청 좋은 거였는데 뉴랩탑이 그것보다 두 단계 더 높고 하는 식으로.


사놓고보니 예전 랩탑들에 비해 너무 예뻐서 아내가 자꾸 탐낸다. 내년에 취업할 곳에서 랩탑 안사주면 요가 계속 내가 써야되는데 큰일이다. 그렇게 되면 돈 벌어서 아내 랩탑부터 바꿔줘야 큰 화를 면할 수 있을 듯.




그리고 어제부터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 랩탑을 산 것과 인과관계는 전혀 없지만 타이밍이 그렇게 됐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빨리감기로 아침에 양치하고 밥먹고 출근하고 돌아와서 샤워하고 침대에 눕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기법이 있는데, 요즘 내 생활이 그렇다. 밤에 9시쯤 샤워하러 가면서 기시감을 느낀다. 대학원생의 생활이라는 게 입학해서 코스웍 하는 동안 수업을 듣고 친구들 북적거리고 할 땐 괜찮은데, 코스웍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논문 쓰는 단계에 들어서면 생활이 단조로워진다. 사회과학 유학생들의 경우 이게 특히 더 심한 것 같은데, 실험을 하는게 아니니 굳이 학교에 안 가도 되고 단기적으로 데드라인이 있는 것이 지도교수 미팅이나 학회 참석 외에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니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지 않으면 한없이 생활이 늘어진다.


게다가 요즘의 나는 반년간의 룸메와의 생활을 청산하고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내 집이 너무너무 좋아졌다. 거기에 더해 더운 날씨 + 무료 주차가 불가능해짐으로 인해 지난주부터는 학교를 거의 안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생활이 더더욱 단조로워져서 지루함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그리고 밥 먹고 나서 일부러 기숙사단지를 걷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주 3회 헬스장 가는 거 외에는 활동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그리고 요즘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를 너무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서 줄이려고는 하는데, 특히 자기 직전과 일어난 직후에 폰 화면을 안들여다보기 위해선 다른 뭔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렇게 뭔가 활동 하나를 시작할 필요성이 커져가던 차에 우연히 이효리가 무도에 나와서 요가하는 걸 보고 저거다 싶어 시작하게 됨. 요가에도 종류가 엄청나게 많은데,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는 요가는 스트레칭 플러스 맨몸운동의 조합이라 딱 내 상황에 맞는다. 특히 저녁먹고나서는 아직 밖이 많이 더워 산책이 힘들었는데, 그 때 요가하니까 소화도 잘 되고 좋다.


어렸을 적부터 가부좌도 못하고 유연성도 하위 10% 수준이었는데, 꾸준히 1년정도 하면 조금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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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날씨가 많이 덥다. 하지만 나는 이제 룸메 없이 혼자 살기 때문에 굳이 학교까지 땡볕에 걸어서 왔다갔다 하느라 진을 빼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일을 하면 되니까! 학교를 가면 보통 8시반쯤 나가서 4시쯤 돌아오는데, 등교길은 동향, 하교길은 서향이라 항상 태양을 마주보고 걸어야 해서 힘들고, 4시경이 일별 최고기온을 찍는 시간인데다가 하교길이 오르막이라 집에 오면 너무 지친다. 작년까진 여름방학 기간 동안 다운타운에 주차가 무료라 날이 더우면 차를 갖고 가든지, 아님 작년까진 아내가 있었으니까 하교길에 픽업을 부탁했었는데 올핸 아내도 없고 주차도 유료화되었다.






새 랩탑을 산 뒤로 일이 더 잘 된다. 자꾸 만지고 싶어서 핑계김에 일을 하게 된다. 쓴지 2주쯤 됐는데 아직도 랩탑 쓰기 전에는 손을 꼭 씻는다. 나의 소중한 랩탑에 지문을 남겨선 안되니까!!!!


이전 랩탑에는 ssd와 hhd가 각각 달려있었고, 데이터는 모두 hhd에 저장되어있어서 포맷을 10차례 넘게 했어도 데이터는 멀쩡히 살아남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날린 자료들이 있다. 일단 바탕화면에 저장해놨던 메모장 파일 몇개. 그 중에는 그때 그때 생각나는 연구 아이디어들을 적어둔 파일도 있었고, 잘 가지 않는 사이트의 아이디를 정리해 둔 것도 있어서 없어지니 좀 아쉽다. 너무 용량도 작고 없어서 큰일 나는 건 아니라 굳이 백업을 안해두었는데, 막상 잃고 나니 아쉽고 불편하다.

두 번째는 원노트에 저장해두었던 메모들. 원노트는 따로 저장을 하지 않아도 돼서 이것저것 많이 써뒀는데, 그게 다 날아갔다. 그 중에는 4년간 발표 들으러 다니며 내가 들은 영어 표현들 중 괜찮은 것들 정리해 둔 게 있었는데 이걸 날린게 제일 아쉽다. 그 외에도 내가 하는 연구들에 대해 생각나는 것들 메모한 것도 있었는데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00개쯤 되는 크롬 북마크 주소들. 이것저것 유용한 게 많았는데 백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다. 하나하나 굳이 떠올리자면 기억은 거의 다 날 것 같은데, 조만간 날잡고 복원을 해봐야겠다. 


나는 보안에 대해서 평균적인 수준보다 더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인데, 이게 가끔씩은 이상한 쪽으로 발현이 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웹하드 쓰는 걸 굉장히 꺼린다. 나보다 웹하드 회사들이 내 자료를 더 잘 보관해줄거라는 건 알고 있는데, 왠지 꺼림칙해서 안쓰던 것이 이렇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돌아왔다. 원노트도 웹에 백업을 할 수 있었고, 크롬 즐겨찾기도 구글 계정으로 아마 저장이 가능했을텐데.

 

새로 산 랩탑은 저장장치 용량이 작아서 어쩔 수 없이 웹하드를 쓰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내가 대학교 1학년 입학했을 적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은 커녕 컬러액정폰을 가진 사람이 동기 중에 2명밖에 없었다. 폰카는 상상도 못했고, 디카라는 게 1학년 2학기에 처음 내 삶에 등장했다. 지금같은 세상은 말 그대로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아직까지는 내가 젊은 편이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데에 큰 거부감은 없는 편이지만, 앞으로 기술 발전이 더 빨라지면 새로운 기술로 인해 변화될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고리타분해지지 않게, 꼰대가 되지 않게 끊임없이 노력해야할 것 같다. 그러니까 웹하드 진작 쓸걸.. 






어제 한국에 있는 친구랑 얘기하면서 내가 랩탑이 죽어서 지옥 문턱까지 다녀왔다고 했더니 "또" 그랬냐더라. 그 얘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석사 논문 쓸 적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는 걸 완전히 잊고 있었더라.

당시 논문학기였고 논문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된 상황이었다. 연구실에 나보다 후배가 둘 있었는데 그 둘은 다른 건물에 있었어서, 메인 연구실에선 여전히 막내이던 시절. 당시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암튼 10대 중반이었던 교수님 아들이 연구실로 놀러왔다. 짱 심심해하길래 내 컴퓨터로 뭐든 하고 놀라고 자리를 내어주면서, 컴퓨터에 연결되어있던 외장하드를 분리하는 와중에 데스크탑이 옆으로 쓰러지더니 그대로 사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어이가 없는게, 그렇게 쓰러졌다고 하드에 있던 모든 데이터가 다 날아가버렸다. 백업도 안해뒀었는데. 1주일쯤 멘탈이 바스라져서 방황하다가 용산에 하드드라이브를 들고 가서 수십만원을 주고 백업을 의뢰했다. 결국 80%정도의 자료가 복구되어 돌아오긴 했으나 일부 중요한 파일들이 날아갔고, 그나마도 복구된 파일들이 폴더 구분 전혀 없이 모두 다 한군데 섞여서 복구된 터라 그거 정리하는 데도 2주쯤 걸린 듯.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그 것이 또다시 일어날 줄이야.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가. 그 떄의 교훈을 잊고 살아온 벌을 이번에 제대로 받았네. 





지난 주에 마트에 갔는데 돼지갈비살을 파운드당 1.99불에 팔고 있었다. 너무 신나서 3파운드 쟁여둠. 예전에 한인마트에서 돼지갈비 양념을 사서 두근거리는 맘으로 돼지고기를 재워서 먹어봤는데, 갈비살이 아니라 그냥 세일하는 아무 돼지고기나 사서 했더니 기름기가 너무 없어서 맛이 안나더라. 역시 갈비는 갈비살로 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은 경험이었다. 


햄버거, 핫도그, breakfast burrito는 여전히 잘해먹고 있고, 최근에 추가된 레시피로는 닭갈비, 마파두부 등이 있다. 요리라는 게 대충 해 먹으면 얼마든지 대충 할 수 있는데 조금만 신경을 쓰려 하면 불조절부터 시작해서 한도 끝도 없다. 지금 주부 9단의 길은 멀고 험하다. 


요즘은 뜬금없이 일본요리에 꽂혔다. 일본요리라는 큰 개념에 꽂힌 뒤에, 일본요리에 속하는 개별 요리를 시작한게 아니라 그 반대다. 

몇 주 전에 갑자기 야끼소바가 먹고 싶어서 한인마트에서 사다가 한 이후로 조금씩 기본 레시피에서 변형을 주며 계속 해먹고 있고, 이번주 초에는 또 타마고야끼가 너무 먹고싶은데 일반 팬에 하면 힘드니까 전용 팬을 샀다. ㅋㅋㅋㅋ 써놓고 보니 어이가 없네. 암튼 산 기념으로 해먹어봤는데 요리의 난이도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역시 전용팬이 전용팬인 이유가 있는거다. 일반 팬에 한 것보다 맛도 훨씬 좋음.

다음 도전 아이템은 일본식 오므라이스다. 사실 2년쯤 전에도 시도해본 적이 있다. 그 당시 갑자기 꽂혀서 해보고싶었데 계란이 없어서 Roy네서 계란을 빌려오기까지 해서 시도했는데 처참히 망했다. 트라우마가 너무 깊어서 약 2년쯤 반성의 시간을 가졌는데 이제 쿨타임이 돌아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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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왕은 역시 스콰트


1달쯤 전에 무릎을 어딘가에 부딪친 이후 쪼그리는 자세를 하면 무릎에 통증이 있어서 스콰트를 1달간 쉬었다. 지난주부터 통증이 없어져서 다시 시작했는데, 확실히 스콰트는 운동량의 측면에서 다른 것들과 비교가 안된다. 내 데드리프트의 최고무게가 스콰트보다 20kg쯤 더 되는데도 스콰트 후 회복이 훨씬 더디다. 지난 주 토요일에 1달만에 스콰트 다시 시작하고 3일간 낑낑대다가 오늘 아침에 또 가서 했는데, 지금 너무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다. 


그럼 자면 되지 왜 블로그질이냐?


랩탑을 드디어 결제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A와 B모두 아닌 새로운 모델.

말했던 것 처럼 예산이 1300불쯤 됐으면 모든 면에서 맘에 드는 랩탑을 살 수 있는데, 그게 아니다보니 후보군에 있는 모델들이 다 어딘가 하나씩 부족했다. 나는 역시 나답게 한두가지씩 빠지는 모델들을 7-8개 정도 엑셀파일에 스펙을 정리해두었는데, 그 중 지난 글에서 A로 칭한 애는 너무 못생겨서 탈락. B로 맘이 90%쯤 기울었고 결제창까지 갔으나 다음 주가 미국 휴일이라 세일상품이 나올수도 있겠다 싶어서 보류했다. 그 후 계속 랩탑을 찾아보는데, 이게 세일에 들어갔다가 내가 고민하는 그 하루 사이에 세일이 끝나고 하더라. 그렇게 놓친 애들이 두어개. 어제는 스펙면에서 완벽한 애를 찾았는데, 역시나 (1) 너무 못생겼고, (2) 너무 무겁고 (3) 배터리 성능이 B의 절반 수준. 사실 못생긴건 나는 랩탑 안쪽면만 보니까 상관 없고, 무거운 건 대개 차로 움직이는 데다 헬스도 하니까! 문제가 없을거고, 배터리도 90% 이상 충전선을 연결해서 쓰니까 큰 문제가 없는 거긴 했다. 게다가 램도 이미 16기가가 달려있고, cpu는 6세대지만 후보군 중 유일하게 u 안붙은 모델이라 cpu 성능면에선 압도적. ssd에 추가로 hdd가 달려있어서 외장하드도 추가로 안 사도 됨. 주위 사람들이 다 저거 사라고 했으나 왠지 안땡겨서 하염없이 엑셀파일만 바라보고 있었다. 

후보군 중에서 B랑 거의 비슷한 스펙인데, 램이 16기가로 확장 가능한 애가 있었다. B보다 120불쯤 비싸서 그냥 적어만 두고 크게 신경은 안 쓰던 앤데, 왠지 다시 보고 싶어져서 링크 타고 들어갔더니 뜬금없이 90불 세일을 해서 B와의 가격 차이가 30불로 줄어들어있었다. B의 단점 중 하나는 브랜드였는데, 얘는 레노보니까 브랜드 이름값도 괜찮고. 별 쓸모는 없지만 이건 터치스크린도 되고. 세일이 당장에라도 끝날까 불안해하면서 리뷰를 쭉 읽고선 그냥 질러버렸다.

일정이 좀 꼬여서 내가 직접 받아보는 건 열흘 정도 후에나 가능할 듯. 열흘을 도대체 어떻게 기다릴지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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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화의 영향인지 우리 학번은 딱딱 떄 맞춰서 졸업하고 바로바로 취직한 케이스가 드물다. 당장 내 친구들만 해도 지금 떠오르는 십여명 중 그런 케이스가 하나도 없다. 근데 또 생각해보니 동기가 아니라도 내 주위의 사람들이 좀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끼리끼리 모이는건가?


암튼 주위에 여러가지 부침 많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그들의 잠수로 연락이 장기간 끊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지금까지 5명쯤이 1년 이상 장기간 연락이 두절되었었는데, 2명은 자진해서 돌아왔고, 1명은 2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찾아내 연락이 정기적으로 닿기 시작했고, 1명은 5년째 추적중이지만 아직 별 성과가 없고, 1명은 어제 드디어 찾아냈다. 


써놓고보니 내가 무슨 흥신소 직원이 된 기분인데, 하필 없어지는 애들이 젤 친한 그룹이었고, 없어지기 전에 어려운 일들을 겪고 있었던 경우가 많어서 걍 손놓고 있을 수가 없다. 찾고나서 보면, 보통 잠수탔던 기간 동안 내가 설령 찾아냈더라도 그 당시엔 그들이 연락을 원치 않았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시 말하면 연락을 다시 할 수 있게 하는 건 내 노력이라기보다는 그들의 허락인 것 같다. 오랜 기간 서로 많이 다른 삶을 살다가 다시 만나면 함께 만들었던 추억에 대한 감정의 온도가 많이 달라져 있기 마련. 그런 걸 느낄때마다 좀 섭섭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그런 일들을 반복해서 겪게 되면서 조금씩 무뎌지는 것 같다. 


이 글을 보는 나의 친구들... 은 하나밖에 없지만.. 

네가 어디로 도망가든


\( \textrm{I'll look for you} \)

\( \textrm{I'll find you} \)

\( \textrm{and I'll ..} \)

여기까지만 하겠다. 


나도 점점 내 삶의 무게가 더해져서 애들을 찾는게 쉽지 않아진다. 이제 사라지지 말아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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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10여년간 꽤 드라마틱한 체중 변화를 겪었는데, 

  • 고3                       \(63kg\)
  • 대1 (새터 직후)        \(58kg\) || 새터 후유증
  • 대1 (여름방학 직후)  \(53kg\) || 너무 빡센 대학생활. 이 때 이미 피골이 상접
  • 대4                       \(48kg\) || 조금만 더 빠지면 저체중으로 공익 판정 가능한 수준
  • 석1 (1년차 말)         \(73kg\) || 생활패턴의 변화로 인한 급격한 체중 증가. 허리 10인치 불어남. 엄마랑 동생이 뚱보라고 너무 놀려서 다이어트 결심
  • 석2                       \(68kg\) || 다이어트 성공

그 이후로는 68에서 \(\pm\) \(1-2kg\) 수준으로 계속 유지를 해 왔는데, 이번에 5주만에 시카고에 가서 체중을 재 봤더니 그 5주만에 \(2kg\)이 빠져있었다. 도무지 빠질 이유가 없는데 어째서 살이 빠졌는지 생각해봤다. 가능한 이유들로는 첫째, 반년만에 콜로라도로 돌아오면서 활동량이 늘어났고 일상 생활에서 자연 유산소 운동이 됨. 둘째, 혼자 밥을 해먹기 시작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만 먹게 되었는데 이게 체중 감량으로 연결됨 정도인 것 같다. 그 중에서 두 번재 요인이 더 크다고 보이는데, 식생활이 꽤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요리를 해 먹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때 그때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조합해서 해먹을 수준이 되지 않으므로, 2-3주치 식단을 미리 짜 둔 뒤 그에 맞춰서 장을 보고 음식을 해 먹는다. 아래는 그 중 일부의 예시. 



 

20

21

22

23

24

25

26

Lunch

찹스테이크

샌드위치

핫도그

Burrito

Costco

핫도그

계란 (브런치)

Dinner

B. Burrito

밋로프 1/2

샌드위치

찹스테이크 2/2

라면

밋로프 2/2

밋볼 라자냐 1/2

 

 

 

 

 

 

 


 

27

28

3/1

2

3

4

5

Lunch

샌드위치

Burrito

Burrito

Burrito

볶음밥

찹스테이크 1/2

Pulled Pork 2/3

Dinner

중국집

밋볼 라자냐 2/2

Pulled Pork 1/3

스팸 계란 깻잎

술마시느라 스킵

핫도그

밋볼 라자냐 1/2

 

 

 

 

 

 

 


 

6

7

8

9

10

11 

12

Lunch

샌드위치

밋볼 라자냐 2/2

Pulled Pork 3/3

Beef brisket 2/2

라면

핫도그

샌드위치

Dinner

Beef brisket 1/2

Burrito

코돈 (-1)

찹스테이크 2/3

피자 @ 세미나

찹스테이크 3/3

고기덮밥 1/2

             



보면 알겠지만, 한식 식단에 비해 탄수화물의 비중이 엄청나게 낮아졌다. 첫주를 예로 들어보면 일단 밥은 21일 저녁에 밋로프 먹으면서 같이 먹은게 전부다. 기본적으로 식단이 고기요리 하나 있고, 거기에 샐러드 등이 추가되는 형식이라 조리도 매우 간편하다. 생각해보면 한식은 상당히 고탄수 저단백 고나트륨인 것 같다. 공기밥에 김치찌개를 먹는 경우 탄수화물과 나트륨 잔치. 단백질이 기본적으로 단가가 비싸고, 우리나라가 사람들이 잘 먹고 산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 개발되지 못한 탓도 있는 것 같은데, 어쨌건 나의 저탄수화물 식단이 다이어트로 연결된 듯. 


오늘 포스팅의 요점은 두 개다. 

  1. 얼마 전 한국에서 유행한 저탄수 다이어트는 효과가 확실이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한국에서 유행한 저탄수 고지방 이라기보다는 저탄수 고단백이었지만, 고지방의 역할이 저탄수로 인한 열량 손실의 '손쉬운' 보충이라고 생각해보면 본질적으론 같다고 볼 수 있지 싶다.
    다만, 한국의 상황에서 저탄수 식단을 챙겨먹기는 엄청나게 번거로울 것 같기 때문에 (물론 금전적으로 여유롭다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겠지만) 꾸준히 시행하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여기에서야 한국보다 고기도 많이 싸고, 내가 그런 식단을 좋아하니까 가능했지만, 일반적인 식성의 한국인이 하기에 쉽지는 않을 수 있겠다.
  2. 나의 최근 체중 감량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점은, (i) 기본적으로 먹는 것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이 엄청 크진 않고, (ii) 다이어트에 도움 되는 식단이 입에 맞아 즐겁게 먹을 수 있다면 다이어트가 일정 수준까지는 괴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바꿔 말하면 먹는 낙이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데다가 고탄수/나트륨 음식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기 먹고 싶은 것 먹으며 행복하게 살면 되지, 굳이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해서 삶의 질을 크게 하락 시킬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한국의 실정상 타인의 체중에 대해 너무 쉽게, 그리고 무례하게, 얘기하는 사람이 무척 많을 뿐만 아니라 좀 지나치게 다들 마른 체형만을 추구하는 여건상, 웬만한 멘탈로는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자기를 사랑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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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한 때 세상의 부조리를 한 큐에 바꿀 순 없을까 생각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부당함에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의 사회가 얼마나 공고하게 잘 짜여진 시스템인지를 알게 되고, 굉장히 미미해보이는 사회의 진보가 예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사실 탄핵 인용 여부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안함을 가져야 했던 것 자체가 매우 불만스러웠지만, 이변 없이 판결이 내려져 다행이다. 

더 나쁜놈이 아직도 호의호식하고 있는 것이 분하지만, 그리고 그 자는 영악한지라 쉽사리 심판받지 않겠지만, 이렇게 하나씩 바뀌어갔으면 좋겠다. 


그간 마음 졸였던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오늘을 또 살아갈 수 있길. 

이 상식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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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는 "불쌍한 대학원생"





티스토리는 블로그 방문자가 어떤 경로로 유입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검색을 통해 들어온 방문자들은 어떤 검색어를 이용했는지도 알려주는데, 내 신분이 그렇다보니 이 블로그에 논문이나 연구관련 글들을 많이 올리는지라, 그쪽 내용을 검색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검색어들 중에는 가끔씩 내 가슴을 찢어지게 하는 것들이 보이는데, 예를 들면 


"학위 논문 주제 잡기"


"논문 쓰다 막혔을 떄"


..


대학원에서 하는 연구라는 것은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일반적인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연구는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발견을 해 내는 과정인데, "새로운" 발견이라는 것이 마구잡이로 아무거나 하다가 얻어걸린다기보다는 뭔가 하나에 꽂혀서 파고 파고 또 파야 겨우 나오는 것인지라 애초에 "제대로 된 것"에 꽂히는 것이 중요하다. Research question을 잘 잡아야된다는 건데, 우리는 기본적으로 질문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하지가 않다. 더더군다나, 인류에 크게 기여할 발견들은 대개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것들일 때가 많은데, 이런 경우 자연스럽게 연구 결과가 선배 연구자들이 한 것을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인지라 권위적인 사회분위기상 애초에 그런 주제는 생각도 잘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논문의 주제를 잡는 건 특히나 박사 2-3년차 학생들에게 참 힘든 일이다. 한 분야를 오래 파다 보면 대충 분위기가 보이고, 내가 뭘 하면 될지가 어느정도 보인다고 하지만, 저 시기에는 딱 연구를 시작하는 시점이라 막막하다. 오히려 더 경험이 없을 때에는 겁 없이 이것저것 시작해보겠다고 할 수 있지만, 저 시기엔 어떤 게 말이 안되는지가 아주 막연하게나마 보여서 더 시작이 힘들다. 

본인의 연구 주제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색을 하게 되는 저 마음이 너무나 절절히 이해가 되어 가슴이 아팠다. 


괜히 이런 글을 따로 쓰는 바람에 저 검색어들로 새로 유입될 일부 사람들을 위하여 내 경험을 통한 조언을 하나 하자면, 

나는 4학기째부터 C와 함께하던 프로젝트가 있었고, 그것과 연관해서 내 주제를 발굴하려고 했던 상황이었다. 아예 맨땅에 헤딩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좀 유리했던 입장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막막했던 건 마찬가지. 관련 분야 논문 읽어보면서 재미있을 것 같은 주 1-2주에 한 번씩 C와 M에게 들고 갔다. 내가 생각한 주제들 중 약 90% 정도는 못써먹을 것들이었고, 나머지 10%는 약 2주쯤 후에 못써먹을 것으로 밝혀지는 것들이었다. 이런 과정을 반년 이상 반복했다. 계속 까이게 되면서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고 멘탈도 많이 흔들렸다. 반년이 지나도록 내가 들고가는 주제의 질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다. 


실마리는 엉뚱한 곳에서 풀리기 시작했는데, 반 년간 저렇게 삽질을 하는 와중에도 C와 하던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을 시켰다. 우리가 쓰는 방법론이 다른 논문에서 쓰였던 적이 있는 건데, 그 방법론에서 사람들이 많이 주목하지 않았던 파트가 C와 하던 프로젝트와는 다른 분야에 적용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다른 분야"는 내가 학부 시절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분야.

이렇게 일이 풀려가나 싶었지만 그 후로도 서너달은 더 삽질을 했다. 그러다 M과의 미팅 도중 툭 던지듯 내뱉은 말이 의외로 괜찮은 방향으로 진행이 되어 오늘에 이른다. 


결국 결론은, 내 경우엔 (i) 끝없는 삽질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와 끈기; (ii) 운빨; (iii) 1년에 가까운 삽질에도 나를 못써먹을 놈이라고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끌고 와 준 지도교수 의 3박자가 잘 어우러져서 주제 선정 단계를 탈피할 수 있었다. 

물론 저런 지도교수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내 엄청난 복인데, 만약 그게 안 된다면 다른 동료 대학원생들이나 학회 등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계속 얘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모쪼록 나를 포함한 수많은 불쌍한 대학원생들이 수많은 역경을 잘 견뎌내고 세상에 marginal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연구자로 거듭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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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했다. 지금까지 4년간 등산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에서 살면서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유산소운동류를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안그래도 바쁜 일상에서 굳이 등산을 위한 시간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친구들이 어떻게 여기 살면서 등산을 한 번도 안할 수 있냐고 할 때에도, 어차피 내려올 거 왜 힘들게 올라가냐며 얼렁뚱땅 넘어갔었는데, 이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아내와 같이 지낼 때에는 아내가 워낙 이것 저것 하는 것을 좋아해서 주말이면 최소한 쇼핑몰이라도 가서 몇 시간씩 놀다가 왔는데, 혼자 지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주중이든 주말이든 집-학교만 반복하게 되었다. 딱히 아직까지 그런 일정에 큰 불만은 없는데, 이렇게 계속 지내다 보면 장기적으로 멘탈에 문제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주말엔 그래도 평소에 안 하던 것들을 해볼까 찾아보던 차에 (i) 원래 토요일 오전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데, 이번주엔 금요일에 술을 마셔서 못 감; (ii) 지지난주 침대 커버를 갈다가 허리를 삐끗했는데, 이젠 일상생활에 지장 없을 정도로 나았지만 그래도 무거운 무게를 들면 혹시 도질까 두려워서 일요일에도 운동 스킵. 근데 뭐라도 운동을 하긴 해야 할것 같음 이라는 조건이 맞아서 동네 뒷산에 올랐다.

미국에 살다보면 내가 굉장히 재미 없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들은 미국에서 하기 어려운 것들인지라, 사람들과 비학술적인 주제로 얘기할 때 컨텐츠가 몹시 부족하다. 그럴 때 산악지형에 오랜 기간 살았으니까 등산에 대해 얘기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간 것도 있다. 취미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모습


처음 가는 거라 아무 것도 모르는 채, 하필 가장 급한 경사를 가진 등산로를 택해서 중간에 숨을 헐떡이며 한 다섯번쯤 쉬어야 했지만, 정상에서의 경치는 rewarding했다. 매주는 못하더라도 가끔씩 이렇게 올라갔다 오면 좋을 것 같다. 








일반 운동화를 신고 등산을 했더니 매우 미끄러웠다. 특히 하산할 때는 좀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다음 번에 등산 갈 땐 등산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미국에서는 막 엄청 좋은 걸 사려고 하지만 않으면 25~40불 범위 내에서 그럭저럭 쓸만한 걸 한 켤레 구할 수 있지만, 말이 나온 김에 장비병에 대해서 적어볼까 싶다. 


나는 장비병이, 너무 심하지만 않다면, 그렇게 나쁜건가 싶다. 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으면 운동을 더 자주 가게 되는데, 운동이라는 게 지금까지 내가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렇게라도 동기부여가 된다면 좋은거 아닐까. 
작년에 스콰트를 하면서 무릎 통증이 느껴져서 찾아봤더니 쿠션이 너무 좋은 신발은 스콰트에 적절하지 않다고 하더라. 아마존에서 35불짜리 아디다스 풋살화를 샀는데, 그 이후로 무릎 통증도 사라지고, 그 신발 신고 운동하는 게 너무 신나서 빼먹지 않고 운동을 가게 되었다. 


운동 후에는 단백질 드링크를 먹는데, 그걸 마셔서 실제로 몸이 더 좋아지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아지는 기분은 든다. 하나에 1불 꼴인데, 가끔 아침에 피곤해서 운동 가기 싫을 때에도 운동 후에 단백질 드링크 먹었을 때의 그 만족감을 생각하며 게으른 몸을 일으키기도 하니, 그 정도면 돈값은 하는 것 아닐지. 






2011년부터 운동을 시작했는데, 중간중간 장기간 운동을 쉬었던 기간을 빼도 4년 이상은 해 왔다. 그리고 지난 주 수요일에 드디어 데드리프트 100kg을 돌파했다. 일반적인 젊은 성인 남성이 자기 몸무게의 1.5배로 데드를 치는 데 6-12개월이면 되는 것 같던데, 그런 점에서 보면 징하게도 오래 걸렸다. 30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탓인지, 아니면 학업과 병행하느라 무리하지 않고 1주일에 2번씩만 한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문가의 코치 없이 그냥 혼자서 하느라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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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지금 생각하면 너무 대책이 없었다. 걱정해봤자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막상 오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맘에 준비를 너무 안했다. 

오기 전에 이곳 학교의 한인학생회를 검색해서 정착에 도움을 준다는 글을 발견했다. 연락을 해서 카톡으로 인사를 주고 받고, 이곳 공항에 도착했을때의 픽업을 부탁드렸다. 그게 로이네와의 첫 만남이었다. 돌이켜보면 상황이 잘 들어맞았다. 로이네는 다른 곳에 살다가 우리가 미국 오기 몇 달 전부터 학교 기숙사로 옮겼는데, 그게 우리 옆건물이었다. 

현지 공항에 오후 너댓시쯤 도착해서 집으로 간 뒤 대충 짐을 푸니, 로이네서 저녁을 먹으러 오라신다. 이제 막 도착해서 식기도 없고 뭐 만들어먹을 거리도 없지 않냐고. 아직도 생생히 기억 나는데, 그 날 상 위에는 불고기에 김이랑 김치 등이 있었다. 당시 로이는 2살이었는데, 처음 만난 우리가 낯설어서 부끄러워 눈을 감고 밥을 먹었다. 불고기에서 양파만 골라 먹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우리가 차를 미국 도착한지 2-3주 뒤에 샀는데, 여긴 대중교통이 너무 불편해서 이튿날부터는 로이네가 우리를 차로 여기저기 실어날라주셨다. 슈퍼, 은행, 가구점 등등. 덕분에 오자마자 꼭 해야 할 것들을 놓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었다. 원래는 예산이 부족해서 차를 안 사고 버텨보려고 했는데, 그러다간 로이네에게 끝도 없이 신세를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중고차를 하나 샀다. 

그 뒤로도 로이네랑은 엄청 친하게 지냈다. 다행히 아내랑 로이 어머님이랑도 성격이 잘 맞았고, 나도 로이가 좋았고. 종종 같이 식사도 했고, 저녁엔 서로 초대해서 술도 마시고, 그러면서 많이 친해졌다. 난 술을 잘 안먹어서 다섯이 모이면 항상 로이랑 놀았다. 로이가 나를 잘 따르기까지 반 년이 안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로이는 여름에 날이 더워서 계속 짜증을 내다가도 나랑 놀러가자고 하면 금세 기분이 풀려서 엄마아빠 말을 잘 듣기 시작했다고 했다. 유치원에서 베일리라는 여자애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내가 어느 날 슬쩍 베일리랑 나 둘 중에 누가 더 좋냐고 물어보니 내가 더 좋다고 했다. 이 얘기를 로이 부모님에게 해드렸더니 믿지를 않으셔서 내가 부모님들 보시는 앞에서 한 번 더 물어봐야 했다. 작년 가을에는 로이 동생 로빈이가 태어났는데, 하필 로이 아버님이 로빈이가 태어나기 5달쯤 전에 3개월간 다른 지역으로 인턴을 가시게 되어 로이랑 더 많이 지내게 되었다. 그 때 형수님은 배가 많이 부르셨었는데 한여름이라 로이는 더워서 좀 컨디션이 별로기도 했고, 날이 덥다 보니 요리 하기가 힘들어서 대충 냉면 같은거 후딱 해서 같이모여서 먹고 그랬다. 하루는 형수님이 아침에 많이 아프셔서 우리 차로 응급실에 모셔드렸다. 치료를 받으시는 동안 아내가 같이 있고 나는 로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 가서 밥을 먹였는데, 집에 가는 길에 내가 차에서 코코몽 노래를 성악 발성으로 불렀더니 로이가 시끄럽다며 으이구 삼촌!! 하며 양 손으로 귀를 막았다. 이 땐 약간 상처받았다. 하지만 어릴적 부터 내가 차에서 노래를 부르면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싫어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반응이리라 생각하며 맘을 삭였다.

로이는 정말 착하다. 동생을 괴롭히지 않고 항상 아껴준다. 아빠를 엄청 무서워하는데도 아빠가 동생을 혼내려 하면 로이가 아빠한테 가서 동생에게 그러지 말라고 한다고 한다. 동생이 이제 좀 커서 어른들 먹는 것에 자꾸 관심을 보이는 데, 자기가 엄청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고있다가도 동생에게 한 입 주라고 어른들이 그러면 군소리 없이 준다. 옆에서 동생이 놀고 있으면 계속 "로비니 정말 기여어" 라고 한다. 어린 시절 내내 동생을 괴롭혔던 내 자신을 돌아보며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이제 36시간 후면 시카고로 떠난다. 

로이네는 높은 확률로 곧 다른 나라로 가시게 될 것 같다.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앞으로 로이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야금야금 모아놓은 마일리지로 로이네 있는 곳으로 놀러갈 수 있지만, 그렇게 한다 해도 그 때의 로이와 나의 관계는 더 이상 지금과 같을 수 없을 거다. 

로이네 부모님들과 헤어지는 것도 슬프지만, 어른들은 몇년씩 지나서 만나도 서로가 함께 했던 추억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금세 다시 관계 회복이 가능한 반면,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나만 보면 20미터 밖에서부터 신나서 팔 벌리고 뛰어오던 미노루도 어제부로 일본으로 떠난 지 딱 1년이 되었는데, 아마 날 거의 다 잊었지 싶다. 잊지 않았더라도 이제는 나를 보면 서먹해 할 거다. 로이도 빨라야 2-3년 뒤에나 보게 될 텐데, 그 나이또래의 아이들이 그 긴 시간 동안 새로이 축적할 경험의 양, 그리고 그걸 통해 바뀌었을 정체성 등을 생각해 보면 로이랑 즐거웠던 지난 3년의 기억은 내 맘 속에만 남을 것 같아서 슬프다. 

물론, 로이가 3년 동안 나랑 즐겁게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 구체적인 형태로 로이의 머릿속에 남지 않더라도, 어렴풋하게나마 행복했던 시간들로 가슴에 남는다면, 그 것만으로도 많이 기쁘겠지만, 또 이렇게 욕심이 나나보다.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 지지 않는 이별을 이렇게 또 한 번 해낸다. 

로이가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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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목요일부터 배탈과 학회 때문에 운동을 한 번도 못하다가 어제 거의 열흘만에 체육관에 다녀왔다. 

이제 리프팅을 처음 시작한 지는 6년째고, 중간에 몇주씩 빼먹는 일 없이 꾸준히 한 지는 1년 조금 남짓인데, 체육관에 가서 무게를 치면 일단 밤에 잠도 잘 오고, 건강해지는 느낌이고, 몸도 진짜 \( \epsilon \)만큼씩이지만 좋아지는 것 같아서 좋고, 하다보니까 무게 욕심도 생겨서 더 열심히 가게 되는데 문제가 하나 있다. 사람 많은 게 싫어서 주로 아침에 가서 하는데, 그러고 나면 하루 종일 힘들다. 특히 오후 시간대가 피로감이 피크가 되는 듯. 


건강해져서 안아프고 일 잘 하려고 운동을 하는 건데 운동 한 날은 일단 너무 피곤해서 집중도가 떨어지고, 그 다음날과 다다음날까지는 근육통에 시달린다. 상체는 보통 하루 지나면 회복이 되는데 하체쪽은 거의 이틀정도 어기적거리면서 걷게 된다. 내가 1주일에 운동을 두 번 하니까, 패턴이 이렇다:


수: 운동 (피곤)

목: 휴식 (근육통 피크)

금: 휴식 (근육통 잔존)

토: 운동 (피곤)

일: 휴식 (근육통 엄청 짱 - 토요일엔 스콰트하니까)

월: 휴식 (근육통 잔존)

화: 휴식 (정상 컨디션)


결국 일주일에 4일은 근육통에 시달리고 2일은 운동 후 피곤함으로 효율이 떨어지며, 화요일 딱 하루 좋지만 일주일 내내 힘들었어서인지 딱히 상쾌하진 않다. 과연 나는 옳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걸까?

근데 또 쓰면서 생각해보니 운동 후 이틀째(금, 월)는 근육통은 있긴 한데 일상 생활이 어려운 만큼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 얘기를 Braeton에게 하면서 이래서 운동 하는게 딜레마라고 했더니, 내가 말한 운동 얘기가 딜레마라는 표현의 완벽한 용례라면서 칭찬을 한다. 

가끔씩 우리나라에서 엄청 널리 쓰이는 외래어가 막상 미국애들은 잘 안쓰는 말인 경우가 있는데 딜레마가 그런가보다. 얘도 내 어휘 수준을 아니까 갑자기 고급 단어가 튀어나오니 무지 대견했나보다. 

이런 단어의 다른 사례로는 헤게모니 가 있다. 전에 자기 전공분야 외에도 매우 박식한 애랑 얘기하면서 내가 헤게모니라는 말을 썼더니 모르더라. 몰랐던 원인은 일단 발음이 [헤게모니]가 아니라 [헤지머니]였다는 점이 컸겠지만, 제대로 된 발음으로 들려줘도 모르더라고. 나중에 지가 찾아보더니 헤게모니라는 말이 군사나 국제정치 쪽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전문 용어인 것 같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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